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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어른과 꼰대

이번학기부터 병원에서 각자 조를 나눠서 실습을 돌고 있다. 1조는 소아청소년과, 2조는 영상의학과, 3조는 산부인과...이런 식이다.

강의실에서 공부만 하던 날에 비해 나날이 새로움의 연속이라 훨씬 흥미롭고 즐겁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한가지 신기하면서도 안타까운 점은.

실습을 시작한 지 불과 이제 한 달 겨우 지났는데도 다른 조에 대한 소문을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조의 불화부터 시작해서. 병원에서 누가 어떤 개념 없는(?) 행동을 했는지까지...

 

2년 동안 매일 온종일 한 강의실에서 같이 지내다가 

이제 각자 떨어져서 지내다 보니, 다들 상대방이 어떻게 실습을 돌고 있는지 궁금한가 보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의 행동이 쉽게 가십거리로 떠오르고, 소문이 언제나 그렇듯 과대 포장되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누군가의 칭찬보다는 험담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


나부터도 그동안 그런 이야기에 동참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반성하게 된다.


나도 꼴에 고학년이 되었다고.

언제부턴가 "개념 없다.", "건방지다." 등의 말을 스스럼없이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서 누군가가 진짜로 건방지거나 개념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런 말들은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의대라는 이 좁은 공간에서만 통용되고 있는 매우 특이한 기준에서 강요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일반 사회의 시선으로 보면 굉장히 유치하고 어리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잣대들이다. 


저학년 때는 내가 고학년이 되면 저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적응'이라는 명목하에.

나도 누군가를 이해하고 감싸주려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단죄하고 비웃는 사람이 돼버리고 말았다.


"의대는 도제식 교육이니깐."

"의대는 사람 생명을 다루는 곳이니깐."

등의 거창한 핑계로 합리화하면서 계속 유치한 기준들을 고집하려 했다.


어른이 되고 싶은데. 꼰대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