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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하나님이 패스트 푸드도 아니고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을 때.
스스로 실망할 때.
누군가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았을 때.

내가 교회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이것이다.
"인간은 원래 죄인이야."

나면서부터 죄인이든. 죄를 지어서 죄인이든지 간에
내가 확실히 알고.
또한 믿고 있는 것은.

죄를 지었으면 회개를 해야 하고.
죄 사함은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하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원래 죄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이미 스스로 죄책감과 실망감을 어느 정도 덜었고
이미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였다.
죄 사함은 하나님밖에 못 하시는데 말이다.
일종의 자만이다.

그리고
'인간은 원래 죄인'이라는 말이 마치 면죄부라도 되는 양 얘기한다.
이런데 진정한 회개와 용서가 존재할 수 있을까.

아직 회개 기도도 하지 않았는데.
누군가를 용서해달란 기도도 하지 않았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자기 마음속의 어려움을 떨쳐버리는 데에만 노력한다.

물론 인간은 부족함이 있지만.
그런 부족함이 드러났을 때. 
죄책감을 느껴야 함이 당연하다.

나는 미안하다.
하나님께서 나를 용서하셨든 용서하지 않으셨든 
나의 죄 때문에 미안하고 죄송하다.
이미 하나님은 용서하셨으니 죄책감을 그만 가지라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치 죄책감을 가지면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처럼 왜곡하면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믿지 않는 거라고 말하지 마라.

진심으로 자신이 잘못했다 느끼는 사람이라면
성급히 죄책감을 더는 데에만 노력하지는 않을 것이다.

성급히 용서를 구하는 것은
죄에 대한 진정한 회개의 마음보단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한시라도 빨리 없애고 싶어하는
이기주의로 가득 찬 마음이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우리는 부족하지만
'하늘의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완전하여라.'
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명령도 있음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