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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

김영하

작가 김영하가 신춘문예란 주제로 글을 쓰고, 그 계기로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좋은 글이 많아 하나씩 읽고 있다.

희망을 주는 글이 많았다. 현실에 쉽게 낙담하고, 주위 시선에 쉽게 용기를 잃는, 나에겐, 힘을 주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나에겐 그랬다. 그런데. 똑같이 현실에 치이고, 삶에 지치는, 다른 누군가에겐 배부른 자의 그저 배부른 소리로 들리고, 심지어 그것마저도 상처가 됐나 보다.

김영하 작가가 블로그와 트위터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신춘문예 글로 시작된 논쟁이 얼마 전 한 무명작가의 죽음과 절묘하게 겹치면서 확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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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사과씨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옛 선생이 쓸데없는 글로 피해를 주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최근에 제가 쓴 일련의 글로 상처입었을 모든 이들에게 사과합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가 이 정도도 예상 못했다면 누구의 책임이겠습니까. 바로 저 자신의 책임입니다.

무엇보다도 죽은 고은이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고은아, 미안하다. 살아서도 별로 도움이 못 되는 선생이었는데 가고 나서도 욕을 보이는구나.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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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사과드립니다. 다들 안녕히 계십시오.>(http://kimyoungha.com/tc/155)

신경 쓰지 마세요. 정말 괜찮아요. 진짜 다른 이들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너무 아쉽고, 안타깝네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자신의 글로 누군가가 상처받았다고 느껴서, 그게 마음에 걸려서 블로그를 접는다고 하니. 뭐라 할 말이 없다. 그래도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도 못하고,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보다는, 역시! 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 다른 이의 생각과 아픔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 그리고 여린 마음이, 모르긴 몰라도 지금의 김영하 작가를 만들고. 많은 독자가 사랑하는 작품을 쓰게 한 원천이 아닐까.

이번 일로 김영하 작가님도 상처를 받은 것 같다. 훌훌 털어내시길. 작품으로 다시 만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