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보건지소

(3)
국경없는 괴짜들 by 신창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는 저자가 자신이 겪은 일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쓴 책.평소 정치, 국가,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환자만 생각한다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단순한 원칙이 멋있어 보이고 절대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런 점 때문에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 자기소개서에 국경없는의사회라는 단어가 그렇게 끊이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겠지.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작년 보건지소에서 진료하며 겪은 일과 오버랩되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p. 82하지만 이 병원이 이 근방에서는 유일한 정부병원이었다.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설병원을 이용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병원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그러던 병원을 국경없는의사회가 넘겨받았고 지금은 제법 병원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지역 ..
의사 선생님, 섭섭혀 섭섭혀... 어제 오전 한 아버님이 진료실로 들어왔다."저희 어머니가 보건지소까지 오기 힘드시다며 저를 보내셨어요." 차트를 보니 혈압약을 드시는 92세 할머니. "어머니가 어디 아프셔서 못오셨어요?""그런 건 아니고 이제 나이가 드시니 오기 힘들다고 하시네요. 제가 가도 선생님이 약 주실 거라고 하셨어요.""혹시 혈압은 재오셨어요?""아니요. 집에 혈압계가 없어요.""혈압약을 받으시려면 최소한 혈압은 재셔야 하는데... 그리고 어머님이 정 오시기 힘들다고 하시면 보호자분이 이렇게 오실 게 아니라 저희 보건소 직원이 환자분 집에 직접 방문해서 혈압도 재드리고 약도 드리는 방문간호사업이 있으니 그걸 신청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대리처방은 장애 등급 같은 사유가 없으면 불법이거든요. 합법적인 방문간호를 신청해보시는 게 좋..
포도 할머니 7월. 고혈압으로 약 타러 오신 할머니.맥이 불규칙하길래 평소 가슴이 두근거리진 않으시냐고 했더니.그런 건 없는데 가끔 가슴이 묵직할 때가 있다고 하셔서 진료의뢰서를 써드렸었다. 오늘 오전. 두달만에 다시 진료를 보러 오신 할머니께 저번에 큰 병원 다녀오시라고 말씀 드렸는데 잘 다녀오셨냐고 여쭤봤더니.가방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서 보여주신다. Atrial fibrillation(심방세동)과 moderate CAOD(중등도 관상동맥폐색)이 발견되어 치료를 시작했다는 충주건대병원 소견서. 선생님 아니었으면 모르고 넘어갔을 뻔 했는데 덕분에 살았다며 감사해하시는 할머니.아니에요. 제가 뭐 한 것도 없는데요. 치료하기로 하셨다니 다행이네요.이렇게 얘기하고 넘겼는데. 오늘 오후.어느 아저씨가 오셨다.옆집 할머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