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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송충이



방과 후 기숙사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친구 다리에 송충이가 붙어 있었다.
송충이를 때서 손바닥에 올려놓았더니 내 팔을 열심히 기어 올라왔다.
나는 반대편 손을 송충이 앞에 올려놓아 그 손으로 옮겨타게 했다.
송충이가 또 열심히 끝쪽으로 움직이면 다시 반대편 손을 갖다 대서 그쪽으로 옮겨타게 했다.
송충이가 움직이면 반대편 손을 갖다 대고, 또 움직이면 반대편 손을 갖다 대는 식으로 계속 반복했다.

그래도 쉬지 않고 열심히 움직이는 송충이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송충이는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움직여도 결국 내 손바닥 안이라는 사실을 알까?'

송충이와 나의 관계가 나와 하나님의 관계와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송충이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무리 열심히 나아가도 내가 손바닥 방향만 바꾸면 내가 원하는 곳에 송충이가 위치하는 것처럼
내가 원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하며 아무리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도.
결국, 하나님 손바닥 안에서 그분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돌아온 거 아닐까.




자유를 얻은 송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