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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눈먼 자들이 없는 도시

신경해부학 교수님께서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고 일정 부분 성공한 프로젝트를 소개해주셨다.
옆에 있던 친구는 이미 학부 때 세미나에서 들은 얘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나에겐 지루한 신경해부학 수업 중 쏟아지는 졸음을 단 한 방에 날려버리는 흥미진진한 얘기였다.

오감 중 하나인 시각이 형성되려면 빛이 눈을 지나서 그 신호가 대뇌에 전달돼야 한다.
눈이 없거나 다치면 앞을 볼 수 없다. 그래서 보통 눈을 고치거나 각막 이식과 같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뒤엎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가 어떤 감각을 느낄 때 뇌에서는 전기적인 신호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눈이 없더라도 대뇌에서 시각 신호가 도달했다고 느끼기만 하면 우리는 볼 수 있다. 사물을 보는 것도 일종의 생각이니깐.

예를 들어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사과'를 본다.
이때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를 기록한다.
이제는 눈을 감고 방금 기록된 신호를 뇌에 흘려준다.
그러면 아까 본 사과의 영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렇게 여러 사물을 보고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적 신호의 패턴을 컴퓨터로 분석해서 법칙을 찾아낸다.

이제 카메라와 전극이 있는 모자를 머리에 쓰거나
소형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쓰기만 하면 된다.
카메라가 찍은 영상이 전기적 신호로 변환되어 뇌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내 눈앞에 있는 영상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기증자를 기다리고
각막 이식과 같은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모자를 사면 된다.

앞으로는 눈먼 자들이 없는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 [눈먼 자들의 도시] 포스터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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